너무나 따스한 햇살에 오늘만큼은 밖을 좀 돌아다녀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도서관에 반납할 책을 들고 나왔다.
어딜가지? ....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자전거도 탈 수 없는몸.
책 세권만 갖고 우선 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장실에 가서 관장아줌마랑 이야기나 좀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히 연락도 없이 가는것도 내 스타일이 아닌터라 이내 접었다. 괜히 호랑이 굴로 찾아서 갈 필요가 있겠나 싶다.
오랜만에 간 도서관.... 옛날과 같지만 달라진.. 여전히 조용하고 한적하고 편안한 장소다.
창 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한 무리의 학생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에게서 옛날의 나를 보았다.
학창시절 야자빼먹고 오는곳이 도서관이라니...
도서관에와서 떡볶이도 먹으로 가고, 불꽃놀이도 하던 친구들.. 이미 시집,장가가서 애 놓고 사는 녀석들도 있고, 어디서 뭘 하는지 조차 모르는 녀석들도 있고, 그리고 뭐가 그리 바쁜지 홀로 먼저 가버린 녀석까지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지역모임에 가입하라는것을 거절한 채 간간히 친구통해 들을 뿐이다.
창..
세상을 가르는 경계.
창 안에서 보는 바깥의 세계는 다르다.
태풍이 몰아치고,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도 창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의 나의 상태는 평화롭다.
지금은 다르다.
창 안과 창 밖에 하나처럼 같다.
안도 따뜻하고 밖도 따뜻하다.
괜히 몇 단락 못 읽은 것을 뒤적거리며 읽던것을 멈추고, 책을 반납했다.
몇권 생각해간 책이 있지만, 괜스레 방해가 될거 같아 빈손으로 창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로 갈까?
머리속은 복잡했지만 몸은 움직였다.
골목길. 그곳은 한블럭 떨어진 학교와 도서관을 이어주는 통로.
학교에서 도서관까지 친구들 서넛이서 같이 움직여도 좁다고 느껴지지 않던 길인데
지금은 혼자걸어도 무척 좁게 느껴진다.
골목안은 변한것이 없다.
이제 이 골목에게 난 낯선이가 되어있는지 고양이 몇마리가 쳐다보다가 내가 다가가자 문틈으로 쏙 들어가버린다.
대문에 나있는 네모난 구멍
이 구멍을 통해 강아지도, 고양이도, 자유롭게 다닌다.
이 동네 고양이들에겐 아직 자유가 있다.
야자와 심야가 끝나면 12시에서 1시즘...
바로가는 길을 두고 친구집 한곳을 들렀다가 오려니 괜히 인적드문길로 가게 된다.
가로등도, 불빛도 없이 달빛에만 의존해서 걷던길..
아니 길이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둑이었다. 본래 물이 자주 들던 마을이라 물 막이용으로 쌓아둔 둑길.
동네가 커지고 둑 바깥으로도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이 둑은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했고, 소방도로로 공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늦어지고 늦어지더니 졸업을 하고 나서야 어느새 이렇게 아스팔트로 포장이 되었다.
둑 아래에는 공원이 들어서있다.
홍준표 아저씨덕을 많이 봤다. 여기와서는 도저히 한나라당 욕을 못하겠다..할 수가없다.
며칠내로 또 날씨가 좋으면 자전거라도 타고 멀리 나가보고 싶다.
공원에 있는 수킬로 이상 이어진 자전거 도로.
아마 이 도로가 부산까지도 이어질거라지?
자전거에 베터리 충전가득가득해서 멀리까지 가보고 싶다.
날이 더 따뜻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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